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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 블랑이와 함께 하는 생활

낮잠 투쟁

by 진다진 2019. 6. 12.

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오늘은 정말 멘탈이 와사삭이었다.

뒤집기를 시작하고나서부터 낮잠을 자려고 눕히면 계속 뒤집어대는 바람에 역류방지쿠션에 눕혀서 재우거나 안고 재워서 내려놓기도 했다.

주말 내내 남편이 안아서, 아기띠를 하고 재우거나 밖에 나가는 바람에 유모차에 태워 재우곤 했다.

그리고 월요일.

침대든 쿠션이든 내려놓으면 울음이 시작됐다.

깡패 울음, 악쓰는 울음. 얼굴이 새빨개지고 핏줄이 서도록 온 힘을 써가며 울어댄다.

그럴 땐 안아들어올려도 울음이 계속된다.

너무 늦게 재웠나 싶어 침대에 눕히는 시간을 조금 일찍 당겨보기도 하지만 소용이 없다.

간신히 품에 안고 재운 뒤 내려놓으면 길어야 30분을 잔다.

그 사이에 급히 밥을 입에 우겨넣고 정말로 필요한 집안일을 한다.

 

우는건 뽀로고 힘든것도 뽀로인데

그 악에 받친 울음소리를 계속 듣고 있고, 어떻게 해도 달래지지가 않으니 나 역시 눈물이 났다.

내가 울면 어쩌나 싶으면서도 요 몇일 여러가지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이 결국 터진 것이다.

 

남편이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앞으로의 희망 진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도 일을 하던 사람으로써,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싶고, 내가 진짜로 계속 하고 싶은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은데

현실은 어떻게 하면 뽀로를 울지 않고 재울 수 있고, 새벽 수유를 무리없이 없앨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만 하고 있는 것이 서럽기도 했다.

남편은 주재원 나갈 생각에 행복하기만 한데 나는 도와줄 부모님, 아는 사람 없이 오롯이 혼자서 저 아이를 받아내야 할 걱정부터 앞서는 것도 싫었다.

서럽고 서운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아기의 울음을 달래지 못한다는 답답함과 함께 폭발했다. 

 

애기한테 화도 내봤다가 얼러도 봤다가 그냥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다가 또 그럴 수는 없어 그냥 계속 안고 토닥여주며 괜찮아, 코자자, 엄마 옆에 있을게, 엄마가 안아줄게, 미안해, 왜그러니, 많이 피곤해서 그러는구나...

통하지도 않을 말들을 계속 되뇌이며 어서 그치기만을 바랬다.

 

일주일에 한 번, 내 운동 때문에 부모님이 오시는 오늘.

아기가 많이 울어서 지쳤다는 내말을 무신경하게 들으셨다가 잠에서 깬 뽀로가 또 기절할 것 처럼 울어대자 그제서야 심각성을 깨달으시고는 같이 얼러봤지만 역시나 오늘도 실패.

나는 운동을 가야했지만 오늘은 도저히 운동을 할 정신적 여력이 되지 않았다.

누구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눈물이 다시 나올 것 같았다.

엄마아빠에게는 미안하지만 운동하러 나와서는 옆 스타벅스에 들어가 제일 단 커피를 시켜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도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여전히 답은 없지만 잠깐 아기에게서 벗어나 숨을 돌리니 한결 나아진 기분이었다.

그동안 엄마는 차를 태우고 재우려고도 해봤다가 근처 공원에서 한동안 울다가 겨우 잠든 아기를 계속 안고 있었다고 한다.

 

보통이면 4시에 가시는 부모님도 오늘은 내가 걱정이 되는지 저녁을 드시고 다연이가 잠드는 것까지 보고 가셨다.

그리고는 집에 도착한 아빠가 전화를 주셨다.

"딸, 한국 엄마는 강한 거 알지? 우리 딸도 강해져야해. 힘들면 언제든 전화해."

평소 절대 그런 말씀은 안하시는 아빠이기에, 엄마도 아닌 아빠이기에,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

 

아마 지금의 이 낮잠 투쟁은 쉽게 끝나진 않을 것 같다.

매번 눕혀 재우는 것을 시도할 거고, 아마 당분간은 계속 실패할거고, 나는 또 아기띠를 맬 것 같다.

그래도 내가 강해져야 한다.

이 시간은 지나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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