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학자들의 대담을 실은 책입니다.
최근 자기계발서서만 읽었으니 조금 다른 주제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고, 그럼에도 일단 쉬운 형태의 책을 읽고 싶었는데 마침 라디오에서 인터뷰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었기에 양식이 쉽겠다는 판단으로 책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최근 책일 줄 알았는데 2020년에 나온 책이니, 코로나19 이후에 급변한 양상을 생각해보면 이미 아웃데이트된 책일수도 있겠어요. 그럼에도 그 때에는 어떻게 미래를 예측했는지 다시 복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피엔스 | 최재천 - 교보문고
코로나 사피엔스 |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제시하는 신인류의 미래 놀랍도록 대담한 통찰, 확신과 경고, 전 지구의 삶을 관통하는 새로운 인사이트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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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재미있는 논문이 하나 나왔습니다. 많은 동물들이 왜 야행성으로 변했는지 추적한 논문인데요. 여기에 따르면 동물들이 원래 밤에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게 아니었다고 합니다. 인간이 낮에 돌아다니니까 인간을 피해 할 수 없이 밤에 돌아다닌다는 거죠. -p27(최재천)
동물들이 야행성으로 변한 것이 인간 때문이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항상 동물원에 가면 많은 동물들이 자고 있고, 동물원이 아니더라도 야생의 동물들도 -특히 고라니 등 - 항상 밤에만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우리 때문이었다니요.
다시 생각해보면 동물들에게 우리는 같이 사는 데면데면한 이웃 정도가 아니라 큰 위협이었고,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하는 전략을 썼다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니 인간이 동물에게 얼마나 해악한 존재인가 싶습니다.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로 행동 백신의 일종입니다. 옮겨가지 못하게만 하면 바이러스는 아무 힘이 없거든요. 그리고 숲속에서 우리에게 건너오지 못하게 하는 게 생태백신입니다. 우리가 행동만 확실하게 하면 옮아가지 않습니다. 그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이죠. -p33(최재천)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님은 행동으로도, 환경과도 어느정도 거리를 두는 것을 제안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주 빡빡하게 진행될 때, 문제의 원천이었던 환경과의 무분별한 접촉을 줄이고 자연 그대로 두자는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보통 생태 위기가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재난 영화 같은 걸 상상합니다. 그게 아니고 이렇게 코로나19처럼 도저히 인과율을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불현듯 덮칩니다. - p112(홍기빈)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삶의 질서는 무엇인가? 우리가 가진 욕구와 능력의 한계와 질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p125(홍기빈)
홍기빈 교수님은 이 책을 읽으며 새로 알게된 교수님인데, 책에서 주장하신 내용과 현실은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큰 인사이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 단 네가지로 근현대의 경제의 핵심을 요약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이 경제체제는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지만, 지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자"를 보고 있으면, 교수님이 이야기한 것 처럼 "의지 미래"로 변한 것이 아니라 결국 Business as usual, "단순 미래"가 된 듯 해보입니다. 완전히 바뀌기에 2년은 짧은 시간이었던 걸까요. 사실 그 시간을 겪고 있을 땐 참 길게 느껴졌었는데 말이죠.
그것은 자본주의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보다 인간의 욕망을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체제라는 거에요. 그부분에서는 이겼는데 자본주의는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자본주의는 그냥 풀어놓으면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이에요. 독일에서는 소위 '야수자본주의'라고 불러요. (중략)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실업, 불평등, 자살률, 노동시간, 산업재해율을 보이는 건, 바로 자본주의의 야수성이 한국사회에서 관철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자본주의의 문제는 무계획성입니다. 자본주의는 이미 과잉 생산 단계로 넘어왔어요. 그래서 보통 학자들은 '과잉 생산 자본주의'라고 하거든요. (중략) 아무런 수요가 없는데도 무작정, 무한히 생산을 계속한다는 거죠. -p142-143
(자본주의의) 인간화라고 하는 것은 세 가지 측면이 있는데요. 첫째, 자본주의라는게 인간을 소외시키거든요. 소외시킨다는 말은 사실 인간 삶을 전도시킨다는 거죠. 자본주의에서는 사물이 인간을 지배합니다. 둘째, 자본주의는 사회를 파괴합니다. 사회적 공동체를 파괴하고 일종의 정글로 만듭니다. 셋째, 말씀드린 대로 자본주의는 무한히 자연을 침탈하고 파괴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면서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인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149
이번에 책을 읽을 때는 특히 경제쪽의 변화 예측에 대한 내용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이 나오고 2년이 흐른 지금, 정말로 다시 "원래 그대로"가 된 것 같은데, 그 때는 어떤 예측을 했었는지가 저의 궁금한 점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전염병의 발병 주기는 더 짧아진다고 하는데, 그 때마다 이번처럼 급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해야 할까요? 여전히 똑같은 경제 위기를 겪어야 할까요? 내가 참여하여 바꿀 수 있는 내용은 없을까요? 작지만 큰 고민거리들이 생기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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