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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밖의 생활

미용실 방문기

by 진다진 2020. 5. 10.

다른 나라를 비교적 오랜 기간동안 가면 꼭 뭔가를 해봐야하는데
나는 그게 미용실 방문이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외국에 나오면 미용실을 가보고싶다.
뭔가 그냥 여행객으로써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그런걸까.
페루에서는 정말 촌스러운 파마를 했었고
스페인에서는 단발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 제네바에서도, 생일선물을 핑계삼아 미용실을 가기로 했다.

다연이를 갖고나서 거의 자른 기억이 없으니 2년이 넘게 기른 것 같다.
2012년 페루에서 돌아왔을 때 이후 가장 길어 가슴까지 내려왔었다.
항상 많이 길어도 어깨선 이전의 기장을 고수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많이 자라있었다.

머리도 안감겨주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래도 샴푸는 해주었다. 트리트먼트/린스는 없지만..
길이를 협의한 뒤 싹둑싹둑.

평소 자를 때와 다른 길이감에 약간의 쾌감도 있었다.

제네바에선 처음 가보는 미용실에,
아직은 프랑스어도 서툴어서 사진좀 찍겠다는 말도 못해
미용실 사진, 머리하는 사진이 없다.
한국 갈 때까지 또 머리를 할까 싶어 아쉽다.

결과물은 완전 만족스럽진 않다.
너무 아줌마 같기도, 촌스럽기도, 밑 선이 삐뚤빼뚤한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80프랑..!
40프랑으로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잘못들었었나보다.
거의 10만원을 주고 자른게 이거라니. 돈을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퀄러티다.
그럼에도 한결 가벼워진 머리.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생각해보니 다연이가 태어난 후 미용실에 간게 오늘로 딱 세번이다.
조리원에 있을 때 케어 받으러 한 번,
제네바에 오기 전 펌 한 번,
그리고 오늘 컷트.

나를 가꾸는 것을 정말 포기하고 살았구나 하는 마음이 문득 들어 내가 가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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