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슈퍼우먼은 하지않기

진다진 2021. 10. 27. 22:03

 

뽀로는 항상 나와 잠을 잔다.

낮잠이든 밤잠이든 나랑 자는 것이 어릴 때부터 습관이라 지금도 내가 있어야 "비교적" 편히 잔다.

(아, 물론 어린이집에서는 예외다. 요즘은 집에서보다 어린이집에서 훨씬 더 잘 자는 듯 하다.)

남편이 재우려고 하면 결국 엄마!!!!! 하면서 울음을 터뜨리거나 칭얼댐이 오래간다.

그러면 나는 결국 만사를 제치고 뽀로에게로 간다.

 

블랑이도 나와 잘 때 조금 더 편하게, 빨리 잠드는 듯 하다.

아직 함께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고 남편이 혼자 재울 때를 보지 못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가 재우는 새벽과 남편이 재우는 새벽에 울음소리의 길이가 다른 것 같다.

내가 재울 때는 남편을 깨운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 반면, 남편이 재울 때는 새벽에 결국 달려가 남편과 바톤 터치를 했던 적이 몇 번 된다.

 

요즘 보통의 저녁은 이렇게 된다.

남편이 저녁을 준비하고, 나와 뽀로가 먼저 저녁밥을 먹는 동안 남편이 블랑이를 안고 있는다.

내가 다먹으면 블랑이를 안고있고 남편이 저녁밥을, 뽀로가 후식을 먹는다.

남편은 급한 식사를 끝내고 블랑이를 씻긴다. 가끔은 내가 씻길 때도 있다. 그 사이 나는 다시 뽀로를 맡아 후식으로 유인해 식탁에 계속 앉아있으면서 블랑이의 목욕을 방해하지 않게 한다.

남편이 블랑이를 다 씻기면 내가, 또는 남편이 뽀로를 씻긴다. 남편이 뽀로를 씻기는 날은 내가 블랑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다가 뽀로가 다 씻고 나오면 잠옷을 입히고 책을 읽으며 잘 준비를 한다.

내가 뽀로와 책을 읽다가 잠이 드는 동안 남편은 블랑이를 재우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설거지, 집안 정리 등을 하고 블랑이의 초저녁~자정을 책임진다. 나는 그동안 세상모르고 자다가 3시 정도부터 블랑이를 맡는다.

혹은 자정이 조금 넘어서도 블랑이가 쉽게 잠들지 못하고 칭얼대면 그 소리에 내가 깨서 블랑이를 다시 재우기도 한다.

 

일련의 과정은 두사람의 티키타카가 잘 맞아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아이들의 잠을 내가 주로 맡기에 가끔은 한 아기를 재우는 동안 다른 아기가 깨서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기도 해야 한다.

오늘은 조금 달랐다.

밥 먹는 순서까지는 같았지만 뽀로가 밥을 먹고 후식을 먹는 사이에 블랑이가 잠이 들었다. 덕분에 블랑이의 목욕과 마지막 수유가 조금 늦어졌다. 

뽀로를 남편이 씻기고 내가 뽀로의 잠옷을 입히고 오늘은 남편과 뽀로가 그림책을 읽었다.

그 사이 블랑이가 결국 깨서 오늘은 내가 블랑이를 씻기기로 하였다. 블랑이를 씻기고 먹이는 동안 남편이 뽀로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계속 엄마를 찾는 뽀로에게 엄마는 조금 있다가 올거라고 다독였다.

우유를 다 먹고 잠이 든 블랑이를 트림을 시키는 동안에도 계속 엄마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라면 남편에게 가 트림 시키고 재우는 것은 당신이 하고 내가 뽀로를 재우겠다 했겠지만 오늘은 남편을 믿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 결과, 남편은 힘들었을지 몰라도, 뽀로는 지금 남편과 자고 있다. 그리고 블랑이도 중간에 안아주는 사람이 바뀌지 않고 쭉 안아주니 트림도 잘 하고 잠으로도 아주 부드럽게 연결되었다.

아주 기록적인 날이다. 

 

두 딸이 모두 나를 필요로 해준다는 점은 너무나 행복하지만 이제 여기에 복직까지 더해지는 시점에, 내가 모든 것을 한다는 슈퍼우먼의 자세는 버려야한다는 생각을 계속 한다.

성격상 완벽한 걸 바라지만 실상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데서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는 한다. 이제 복직이 한달도 안남은 시점에, 지난 번 우연히 병원에서 마주친 존경하는 과장님의 말이 떠오른다.

모든걸 다 잘해내려고 하지 마세요. 슈퍼우먼이 되지 마세요.

나는 모든 일을 잘해낼 수는 없다. 나의 시간과 체력과 정신력은 분명히 한계가 있고 안타깝지만 일과 가사와 육아, 그리고 자기계발을 모두 "잘" 해낼 능력은 안된다.

하지만 슈퍼우먼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되지 않는 것으로 하면 마음도 더 편해진다.

다행히 나에게는 서로 분담하여 같이 집안을 꾸려갈 슈퍼맨같은 남편이 있다. 내가 두 아기 모두 재울 필요가 없다. 남편을 믿고 맡겨야 한다. 그럼 오늘처럼 좋은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 그리고 이런 좋은 결과가 쌓여야 서로가 편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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